우리국토가 배풀어주는 자연의 보화 송이 버섯 |
송이는 어떻게 태어나는가
송이는 소나무가 없으면 자라지 못한다. 소나무가 숙주인 셈이다. 송이의 생장 조건은 너무나 까다롭다. 일정한 해발, 온도, 햇볕, 풍속, 토질이 알맞게 조성되어야만 태어날 수 있다. 소나무 아래라도 주위에 잡풀이 많으면 못자란다. 잡풀이 영양분을 가로채가기 때문이다.
솔가리(말라서 땅에 떨어져 쌓인 솔잎)는 송이의 이불이자, 자외선 차단 크림 구실을 한다. 두툼하게 표토층 위를 덮고 있어야 강렬한 직사 광선을 막을 수 있고, 송이가 잘 자랄 수 있게 적당한 습도를 유지해준다.
송이는 소나무 뿌리 끝 부분인 세근에 붙어사는 외생균으로, 소나무로부터 탄수화물을 공급받으며 땅속 무기양분을 흡수하며 소나무와 공생하는 버섯이다. 송진도 생육에 영향을 준다. 소나무 뿌리에 송진이 형성되고 그게 흙과 뒤섞여 뽀얗게 화학적 변형을 일으킨다. 거기에 빗물이 스며들어 생존 조건이 갖춰져 소나무 뿌리가 뻗은 대로 군락을 이루게 된다. 그러나 기온이 너무 높거나 낮으면 땅 밖으로 못 나온다. 송이가 땅 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건 약 2주 동안이며. 이때 땅 속 온도가 19℃ 이하여야만 한다. 6℃ 이하면 휴면에 든다. 매년 추석 전후가 채취 적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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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급 - 몸 길이 9∼13㎝ 머리·자루 균형 잡혀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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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급 - 몸 길이 6∼8㎝ 갓이 3분의1 펴진상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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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급 - 몸 길이 6㎝ 이하 갓이 3분의 1이상 펴져 |
| | 송이가 예전부터 상종가를 친 건 아니다. 버섯 맛은 심산의 7부 능선에서 자라는 능이를 더 쳐주었다. 그래서 '일 능이, 이 표고, 삼 송이'란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현재 능이는 송이한테 떼밀려 ㎏당 가격이 약 3만원선에 거래된다고.
송이에게도 '팔자'란 게 있다. 한 송근에서 나와도 몸값은 제각각. 1등급이 될 확률은 그렇게 높지 않다. 고작 10개 중 한두 개만 귀한 대접을 받는다. 송이는 갓(머리)이 피면 가격이 급락해버린다. 갓이 펴지면 송이가 질겨지기 때문이다. 1등급을 받으려면 몸 길이가 9∼13㎝가 되어야 하고 머리와 자루의 굵기가 알맞게 균형을 이뤄야 된다. 자루에 비해 머리가 기형적으로 크면 3등급으로 전락해버린다.
2등급은 길이가 6∼8㎝이고 갓은 3분의 1 정도 펴지고, 3등급은 길이가 6㎝ 이하, 갓은 3분의 1 이상 펴진 것이다. 하지만 벌레가 먹고, 잘못 만져 변질되거나 흠집이 생긴 건 등외품으로 취급돼 송이꾼들이 먹거나, | |
허가없이 따면 형사처벌 받아
송이는 아무나 못 딴다. 송이를 채취하고자 하는 자는 산림법시행규칙 96조 1항 2호의 규정에 의하여 임업협동조합장 명의로 '송이버섯 채취원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물론 아무나 산에 올라가서 송이를 따면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 송이산이 없는 사람이 송이 채취를 할 경우 국·군유림 사용료(판매액의 약 10%)를 국유림 관리소 등에 선납해야 된다. 그런 곳의 경우 일반인의 출입을 CCTV 등을 통해 엄격히 감시할 수밖에 없다.
현재 전국 송이 산지별 송이 군락 정보는 송이꾼들이 거의 독점하고 있다. 송이는 산삼처럼 우연하게 발견되는 게 아니다. 송이 날 자리를 송이꾼들이 모두 꿰차고 있기 때문에 일반 등산로에서 등산객들이 송이를 캘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오전에 채취된 산지 송이는 상당량 관할 산림조합으로 옮겨져 오후 3∼4시 공판이 이뤄진다. 여기서 시세가 정해지고 가격대는 매일 달라진다. 아직 산림조합 공판을 통해 매각하는 송이꾼들이 많지만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중간 상인을 통해 출하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일본행 비행기가 뜨는 날에는 송이 값이 뛰고,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가 없는 날엔 가격이 하락한다. 국내에서 일본으로 수출되는 양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올해도 추석 전 일본행 비행기가 뜰 땐 ㎏당 가격이 30만원대였다가 휴일엔 18만원선으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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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를 캐내 신문지 위에 올려놓고 흐뭇한 표정을 짓는 장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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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를 캐러가기전 산막 토방에서 몸을 녹이고 있는 장씨 내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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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을 뚫고 송이를 채취하러 가는 장씨의 뒷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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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를 발견, 마대로 송이를 캐내려고 하는 장씨. |
| | '초가을 산중 보석'으로 불리는 토종 송이를 찾아 울진으로 길을 떠났다.
울진군 울진읍 신림리 지방도로 접어들자 휴대폰도 무용지물이 된다. 송이가 문명의 틈입을 거부하고 있는 걸까. 백두대간의 한 준령 자락에 자리한 신림리 비례마을 733. 청정한 기운이 물씬 풍기는 이곳은 '송이 동네', 산 속 금강송의 자태도 예사롭지 않다. 45년간 이 마을을 지키며 송이만 전문적으로 채취해 오고 있는 베테랑 송이꾼 장수복씨(75)는 새벽같이 아내 김분선씨(72)와 함께 동네 뒷산 세심골 산막으로 떠났다. 8남매의 막내 용철씨(31)가 취재진을 송이 채취 현장으로 데려가기 위해 승합차를 타고 자기 집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용철씨의 표정이 매우 굳어 있다.
돌발상황
취재용 송이를 간밤에 누가 훔쳐갔다
"취재용 송이를 간밤에 누가 다 훔쳐가 버렸어요. 10㎏은 족히 넘을 거예요. 산주 맘을 생각해 끝물 송이를 가져가면 누가 뭐라겠어요. 공판(울진의 첫 공판은 20일 이뤄졌다) 당일 다 훔쳐가면 우린 어떻게 하라고…."
현장에 도착하자 2평 남짓한 산막 안 아랫목에서 몸을 녹이고 있던 장씨가 취재진을 반기며 밖으로 나왔다. 막내가 계속해 사라진 송이에 대한 미련을 못버리자 너털웃음을 쏟아내며 막내 맘을 달래준다.
"송이 때문에 세상 인심이 갈수록 고약해지니 정말 걱정이여. 괜찮아, 며칠 지나면 땅 속에 숨어 있던 송이가 다시 자라 나올테니 너무 걱정말아."
출발준비
마대·쇼핑백·신문지 한 뭉치를 챙겼다
장씨는 물푸레나무를 다듬어 만든 '마대(심마니 지팡이)' 한 개와 송이 담을 쇼핑백, 그리고 신문지 한 뭉치를 챙겼다.
송이 채취는 오전 5∼10시에 이뤄진다. 몸의 90% 이상이 수분으로 이뤄진 송이는 빛을 무척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송이가 너무 습하거나 그늘진 곳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생장조건이 극히 까다롭다. 그래서 인공재배가 불가능하고 그런 연유로 ㎏당 가격이 입찰 초기엔 수십만원에 달한다. 매년 9∼10월 해가 떠오르는 곳을 바라보는 산언저리에서만 송이가 난다. 물론 잡목이 많은 데선 자라지 않는다. 최소 50년 이상 된 소나무 아래서만 자란단다.
장씨는 다른 송이꾼들에 비해 무척 편한 조건 속에서 송이를 딴다. 일대 3만여평이 자기 소유의 산이기 때문이다. 특히 태백산맥 언저리, 울진, 봉화, 양양 등지에서만 집중적으로 자생하는 금강송 아래서 돋아나는 송이는 타지 것보다 향이 더 좋다.
전쟁방불
분포상황 미리 체크…치밀한 작전 필수
산막을 떠나 산 속으로 100여m 올라갔다. 장씨의 표정이 갑자기 엄숙해진다. 취재진도 숨을 죽였다.
"저길 좀 봐요. 다른 곳과 달리 솔가리가 조금 붕긋하게 부풀어 오른 데가 보이죠."
하지만 취재진의 눈엔 그게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아는 만큼 보이는가 보다.
송이 채취도 '전쟁'과 진배없다. 치밀하게 작전을 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된 송이를 가져갈 수 없다.
일반인들이 함부로 산에 들어가면 솔가리 속에 감춰진 송이를 밟아 망치게 된다. 하루만 늦게 따도 등급이 낮아진다. 송이밭 지형지물에 익숙하다고 해도 햇송이가 어떤 형태로 날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본 채취에 들어가기 전 분포 상황을 체크해야 된다. 아버지는 동쪽산, 어머니는 북쪽산, 막내는 남쪽산 지역을 커버한다. 그렇게 해서 송이 분포도를 파악하면 대충 그해 송이 생산량이 얼마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물론 채취 동선도 효율적으로 짤 수 있다.
심봤다?
그러나 맨손으로 따면 절대 안된다
산을 올라가다가 장씨가 마대로 채취 포인트를 가리킨다. 무릎을 꿇고 잠시 눈을 감고 맘을 가다듬는다.
"송이는 열에 매우 민감합니다. 그래서 최상품 등급을 받으려면 절대로 손을 대지 말아야 됩니다. 손을 댄 자린 시커멓게 변해 버려요."
장씨는 솔가리를 마대로 헤집고 머리를 조금 들이민 송이를 캐내기 위해 마대를 송이 중심부에서 약 5㎝ 떨어진 곳에서 15도 각도로 푹 찌른 뒤 후벼파듯 상방으로 지그시 밀어올렸다. 마사토 가루가 묻은 9㎝ 이상의 1등급 송이가 전신을 드러낸다. 장씨는 즉시 쇼핑백에서 신문지를 끄집어내 마치 갓난 신생아를 포대기로 감싸듯 조심스럽게 싸 쇼핑백 안으로 집어넣었다. 순간 장씨가 송이를 잘 받아내는 '산파' 같았다. 장씨의 얼굴에 잠시 그윽한 미소가 번진다.
"보세요, 소나무 밑엔 잡풀이 거의 자라지 않죠. 완만한 경사의 산비탈, 그렇다고 너무 굴곡이 있어선 안 되고, 물이 잘 빠지는 마사토, 솔가리도 충분하게 덮여 있어야 되죠. 이런 조건을 갖고 있는 산지는 전국에 그렇게 흔치 않아요. 송이는 그해 난 자리 옆에 직선형이나 원형으로 군락을 이뤄 피어나죠. 그래서 송이 나는 포인트를 자기 아내한테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는 말이 생긴건지도 모르죠."
마을엔 모두 13가구가 살고 있는데 12가구가 송이 산을 갖고 있다. 송이철엔 송이 따는 일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 송이 채취 시기를 놓치면 값이 급락하기 때문이다. 벼가 넘어져도 쳐다볼 겨를이 없다. 물론 최상품은 그 자체가 돈이기 때문에 송이꾼들도 절대 이걸 먹지 않는다. 벌레 먹고 흠집 있는 것만 그들의 몫이다. 동네 사람들의 송이 판매액도 만만찮다. 장씨도 한 해 평균 5천여만원의 판매고를 올린다. 그 돈으로 8남매 시집장가를 다 보낼 수 있었다.
유유자적하게 살아가는 장씨 식구의 농심, 어쩜 그 맘이 매년 송이로 태어나는 건지도 모른다 | 출처: 영남일보2005.09.29 (목) 음 (0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