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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Re: 칡 제거방법 개발에 대한 소회

반딧불이(죽장) 2011. 6. 24. 20:09

칡덩굴 제거 방법

개발에 대한 소회

 

 

춘천국유림관리소 기능인영림단 정주해

 

 

 

칡 뿌리는 예전부터 한방에서도 사용하고 녹말이 많아 갈분을 만들어 구황식물로 활용되었으며 줄기와 잎은 가축의 사료로도 많이 쓰여왔다. 그리고 숙취에 좋아 즙을 내 먹기도 하는, 어찌 보면 인간 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한 식물이다.

 

그러나 이 칡이란 놈이 얼마나 생육이 왕성한지 1년에 수십 미터 줄기를 뻗어 나간다. 숲속의 크고 작은 나무는 물론이고 논·밭두렁, 담장, 도로변 등 그야말로 장소를 가리지 않고 덮어버려 이제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위험수위에 와있다.

 

특히 숲에서 칡은 우량목재 생산을 가로막는 주범이다. 봄에 나무심기 후 여름이면 벌써 무성한 잎과 줄기로 덮어 이 칡을 제거해 주지 않으면 그 어렵게 심은 어린 나무를 서서히 말려 죽인다. 따라서 조림의 성공은 칡덩굴 제거가 좌우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칡덩굴을 제거하는 것이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예전에는 기껏 낫으로 걷어주고 괭이로 땅을 파서 뿌리를 캐 내주는 정도였다. 그 후 디캄바나 근사미 등 약제를 활용한 방법을 활용해 왔으나 그나마 작업자의 중독, 환경오염에 의한 생태계 파괴, 작업방법의 어려움으로 대면적 조림지에서는 칡 제거가 쉽지 않았다.

 

그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제초약제에 침적한 면봉을 넣은 용기, 손톱, 핀셋, 송곳, 괭이, 낫과 제초제의 피부 접촉을 막기 위한 고무장갑, 마스크 등이 필요하고 주로 5월에서 8월까지 햇빛과 싸우며 하는 작업이라 땀은 비오듯 하고 물은 자주 마셔야 하나 제초제가 묻은 장갑을 벗고 조심해서 마셔야 하고 숨이 턱턱 막히는 마스크와 고무장갑으로 인해 온몸이 땀투성이가 되는 그야말로 견디기 힘든 작업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춘천국유림관리소에서 기존의 제거방법과 너무 판이하고 생소한 방법으로 작업지시가 내려왔다.

 

칡의 요두부 아래를 자르고 그 위에 친환경 비닐랩을 둘러씌우는 방법이었는데 사실 처음에는 이런 방법으로 칡 제거가 가능할까 하고 반신반의 했었다.

 

기존 작업과 달리 비닐랩, 손톱, 고무밴드, 작은 괭이만 준비하고 작업에 임하니 농약중독이나 안전사고 위험도 없고 장갑이나 마스크가 필요없어 그만큼 작업이 쉬웠다. 알고 보니 증산작용이 왕성한 칡의 수분이동을 억제하고 고인 물의 원리를 활용한 부패촉진이라는 간단한 원리를 활용한 제거 방법이었다.

 

새로이 개발한 친환경덩굴류사업을 완료하고 1개월 후 칡 고사율 성적조사를 위해 작업해 놓은 지역의 칡뿌리를 찾아 확인해 보았다. 그 순간을 떠 올리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나를 비롯한 영림단원들과 국유림관리소 직원들은 작업결과에 모두들 놀랄 수밖에 없었다. 칡의 요두가 보이게 흙을 파낸 후 요두 아래를 절단하여 단지 비닐랩으로 남은 뿌리의 상단부를 밀봉했을 뿐인데도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밀봉해놓은 모든 칡의 뿌리들은 검게 물러지고 썩는 냄새가 나며 고사되어가고 있었다. 제초제를 사용했을 때는 보지 못했던 놀라운 효과였다.

 

그제서야 알았지만 국유림관리소에서 2008년부터 시험사업을 거쳐 효과가 검증된 제거방법이었으며 사용하는 재료도 시중에서 구하기 쉬운 비닐랩 소재에 환경을 고려하여 녹말성분을 혼합하여 자연분해 속도를 높인 생붕괴성 친환경비닐로서 제초제로 인한 인체중독위험성과 토양오염, 환경오염의 위험을 없애고 숲의 희망인 나무들을 지독하게 괴롭히는 칡을 간편하고도 자연친화적인 방법으로 제거할 수 있는 정말 놀랍고 새로운 방법이었다.

 

영림단원들은 숲이 직업전선이라 연중 숲에서 일하고 있으며 힘들고 땀도 많이 흘리지만 각종 안전사고의 위험에도 노출되어 있다. 이번에 개발한 작업방법으로 우리 단원들에게 큰 도움이 되겠지만 무엇보다도 우량한 목재생산의 밑거름이 되고, 또한 건강하고 생태적으로도 안정된 숲을 조성하는데 획기적인 보탬이 되리라는 희망에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우리의 일터인 숲으로 향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산과 계곡으로 향하지만 건강한 숲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노고는 쉽게 알지 못한다.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우리는 한그루의 큰나무를 키우기 위해 숲속의 작은 거름이 되고자 한다.

 

출처 : [우수카페]곧은터 사람들
글쓴이 : 황골농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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