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신채(五辛菜). 파·마늘·달래·부추·흥거는 불교·도교에서 수행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금기 식품이다. 『본초강목』에선 달래·흥거 대신 겨자·육호를 오신채로 본다. | |
마늘 냄새가 나는 것 외엔 다른 모든 면이 이로운 채소다. 그래서 별명이 일해백리(一害百利)다. ‘일해’는 매운맛 성분인 알리신의 냄새다. 알리신은 마늘을 자르거나 빻을 때 마늘의 유황 성분(알린)이 자극적으로 변한 것이다. 마늘을 구운 뒤 된장과 함께 먹으면 냄새가 상당히 줄어든다. 알리신은 항암 효과가 있고 혈관 건강에 유익한 성분이다.
『본초강목』엔 “강정 효과가 있다”고 기술돼 있다. 호색한 카사노바가 굴과 함께 정력 식품으로 애용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비뇨기과 조성태 교수는 “남성의 성기능 중 중요한 발기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혈액 순환이 원활해야 한다”며 “알리신이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 순환을 돕는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비아그라처럼 바로 발기되는 것은 아니다. 그 효과는 느리고 간접적이다.
마늘은 또 활력 증진을 돕는다. 알리신이 비타민 B1과 결합하면 알리티아민이 된다. 이는 마늘 주사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알리티아민은 탄수화물을 분해해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을 촉진하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 원기 회복을 돕는다.
효능을 극대화하려면 익히지 않고 그냥 생으로 먹는 게 좋다. 통째로보다는 자르거나 빻아 먹는 것이 낫다. 빻는 도중 알리신이 더 많이 생겨서다. 속쓰림 등 위장 장애가 있는 사람은 마늘장아찌를 만들어 먹는 것이 방법이다. 하루 적정 섭취량은 반 뿌리 정도다.
파 양파와 파는 스태미나 식품이다. 중국의 만리장성, 이집트의 피라미드 건설 노동자에게 파·마늘을 먹였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AG클리닉 권용욱 원장은 “양파엔 쿼세틴이란 항산화 성분(유해산소 제거)과 알리신이 들어 있다”며 “이 둘이 원활한 혈액 순환, 발기, 정력 증진을 돕는다”고 말했다. 쿼세틴은 육류에 든 포화지방(혈관 건강에 해롭다)의 산화를 막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준다.
봄에 잃어버린 미각을 파가 돋워 준다는 것도 정력 증진에 유익한 면이다. 우리 선조는 이른 봄에 나는 매콤한 파, 산갓, 당귀 싹, 미나리 싹, 무 등 입춘오신반(立春五辛盤)을 만들어 먹었다. 오신반을 구하기 힘든 지방에선 푸른 잎, 노란 대, 흰 뿌리, 검은 실뿌리를 가진 파를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서 입맛과 정력을 되살렸다.
프랑스의 많은 호텔에선 지금도 신혼부부에게 양파 수프를 제공한다. 양파가 정력에 유익하다고 여겨서다.
부추 남성의 양기를 높여 준다. 민간에선 양기를 북돋워 준다고 해 ‘기양초(起陽草)’, 일할 생각은 안 하고 성욕만 커지게 만든다고 해 ‘게으름뱅이풀’이라고도 부른다. 잎보다는 씨가 더 좋다. 보양 효과가 잎에 비해 월등하다.
『본초강목』엔 “온신고정(溫腎固精)의 효과가 있다”고 쓰여 있다.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신장내분비과 안세영 교수는 “한방에서 신은 신장뿐만 아니라 비뇨·생식기 전체를 가리킨다”며 “부추가 정력 증진에 효과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기 회복, 정력 증진 성분으로 꼽히는 것은 황화 알릴이다. 마늘·파에도 들어 있는 성분이다. 이 성분은 공기 중에 잘 날아가고 물에 녹으므로 많이 섭취하려면 부추를 다듬고 씻는 시간을 최대한 짧게 해야 한다.
부추는 한 해 열 번까지 채취가 가능하다. 사철 어느 때 먹어도 상관없지만 이른 봄에서 여름까지 나오는 부추가 가장 연하고 향긋하다. 영양과 맛도 최고다. “봄 부추는 인삼·녹용과도 바꾸지 않는다”는 옛말이 있다.
달래 봄나물인 달래는 산에서 나는 마늘이다. 마늘과 영양·효능이 비슷하다. 온몸이 나른하고 식욕이 달아나는 봄에 먹으면 입맛이 되살아난다. 피로 해소, 스태미나 증진에도 유용하다. 자연히 정력도 샘솟게 한다. 정력 증진 성분은 황화 알릴이다. 이 성분은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고 혈액 순환을 돕는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한방재활의학과 송미연 교수는 “달래는 몸을 따뜻하게 한다”며 “몸이 찬 사람이 먹으면 허리 통증도 완화된다”고 설명했다.
항산화 비타민인 비타민 C가 풍부하다는 것도 장점. 대개 생으로 먹으므로 열에 약한 비타민 C의 손실을 막을 수 있다. 식초를 뿌려 먹으면 비타민 C가 자연 파괴되는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달래 무칠 때 식초를 치라고 하는 것은 이래서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