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특유의 맛과 향기로 유명한 두릅나무 순은 산채의 여왕이다. 두릅나무 순을 빠르게 생산하는 방법은 봉지 씌우기 등의 조기재배와 온실을 이용한 촉성재배가 있다. 빈 막걸리 병을 이용한 두릅나무 순 조기재배를 김한철씨를 통해 알아본다.
경기도 안양시 박달2동 산 8번지. 경사 30도에 가까운 산허리 언덕 위 700여 평에 두릅나무가 빈 막걸리 병을 온통 뒤집어쓰고 있다. 좀 더 산 위로 오르면 서너 평이 안되는 움집 같은 작업실 주위엔 빈 막걸리 병이 쓰레기처럼 널려 있다. 아침에 수확한 두릅나무 순을 1회용 스티로폼 팩에 조심스럽게 포장하는 현장에서 필자는 두릅나무를 사랑하는 김한철씨를 만나게 되었다. 김씨는 두릅순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로 20여 년 전부터 인근 야산에서 두릅나무 뿌리를 조금씩 캐다가 산자락에 심었다고 한다. 지금은 취미 생활을 넘어 짭짤하게 가계에 보탬이 되는 부업이 되었지만, 처음에는 그윽한 향이 물씬한 두릅순을 스스로 재배하여 먹을 수 있다는 기쁨으로 두릅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이제는 봄이면 진달래 피는 언덕 위에 올라 두릅나무를 돌보는 것이 일상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김씨는 장사를 한다거나 두릅순을 판다는 것은 아예 처음부터 생각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취미로 시작을 했고, 뿌리를 조금만 끊어서 옮겨 주어도 쉽게 살아나는 두릅나무의 강인한 생명력이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매년 조금씩 가꾸며 돌보던 사이 어느새 뒷산 언덕에는 수백 평의 두릅나무 밭이 조성되었고, 봄이면 두릅순을 수확하여 친지며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는 재미가 점점 배가되었다고 한다. 필자는 수년 전부터 두릅나무의 재배에 관심을 가지고 두릅나무 재배지를 찾고는 있었지만 이처럼 빈 막걸리 병을 이용한 두릅순의 재배는 처음 접하는 것이어서 관심과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였다. 우선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두릅나무 순의 조기재배에 대하여 간략히 소개해 보기로 한다.
두릅나무 순 조기재배
두릅나무 순의 조기재배란 봄철에 해동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2월 하순에서 3월 초순에 두릅나무의 정아부분을 봉투로 씌워서 자연적으로 나오는 두릅순보다 1~2주 정도 수확시기를 앞당기는 방법이다. 피대용 봉지로는 신문지, 흑색 비닐 혹은 투명한 비닐 등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면 어느 것이든 무방하다. 본문에서 소개하는 빈 막걸리 병(백색으로 투박한 것)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정아에 봉지 씌우기를 하면 수확시기를 앞당길 뿐더러 비교적 균일한 크기의 두릅순을 생산할 수 있고, 두릅순이 퍼지지 않으며, 햇빛을 차단하여 육질이 연한 순을 생산할 수 있다. 더욱이 먼지를 차단하므로 보다 깨끗한 두릅순을 생산할 수 있다. 평창의 산채시험장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피대용 봉지는 흑색 비닐로 된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하며 여름철의 관수용 흑색 분사호스를 사용하면 처리 효과도 좋고 경비절감의 효과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일반 과수원에서 통상 사용하고 있는 봉지 씌우기처럼 다량으로 작업을 하려면 상당한 인건비를 감안해야 하는 부담이 있고, 수확 후 순의 선별에도 번거로움이 따르므로 현지여건에 맞추어 신문봉투 등 재생 가능한 재료를 활용하여 피대를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한편 두릅나무는 생장에 따라 적당히 전정을 하여 나무 꼴을 다듬지 않으면 나무가 어른의 키 높이 이상으로 자라서 피대 씌우기가 어렵게 된다. 김씨의 경우처럼 빈 막걸리 병을 사용하면 낚싯대를 이용하여 끝에 철사 갈고리를 만들어 정아에도 쉽게 빈 통을 씌울 수 있으나 키가 높은 나무는 아무래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줄잡아 3,000여 개를 씌우려면 꼬박 3~4일이 걸린다고 한다. “병을 씌우고 나면 고개가 아프지요. 그러나 소담스런 두릅 순을 딸 때는 기쁨이 더 큽니다.” 하기사 칠 순이 다 된 노인이 그 많은 나무에 빈 병을 씌우는 일이 보통 일은 아닐 듯 싶었다. 김씨는 12년 전부터 두릅나무에 빈 막걸리 병을 씌워 오고 있는데 보통 2주 정도는 수확기를 앞당길 수 있고 두릅순의 육질이 좋아 계속 이 방법으로 두릅순을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두릅순의 판매
‘어렵게 생산한 농산물을 제값에만 판매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것이 농사를 하는 모든 사람의 바람이다. 김씨는 수확한 두릅순을 전량 딸들이 경영하는 녹즙직매장을 통해 출하한다. 인근의 시장에도 몇 번 가져가 보았지만 사람들이 도대체 믿지를 않았다고 한다. 이른 봄에 나오는 두릅순, 그것도 자연산 두릅보다 크기가 크고 연해 보이는 모양을 하고 있으니 매번 “중국산이 아니냐, 진짜냐” 하는 의심을 받게 되고, 아니다 맞다 언쟁을 벌이다 보면 기운이 빠지고 해서 이제는 아예 직접 출하를 한다고 한다. 포장 단위는 500g으로 하고 있다. 상표도 물론 없고, 포장도 엉성하다. 그러나 맛은 일품이라는 설명이다. 요즘은 물량이 달려 더 못 판다는 김씨. ‘우리의 농산물이 모두 이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얼마나 소득을 올리느냐는 필자의 계속된 질문에 곁에 있던 친구분께서 마지못해 거들어 준다. “몇 백은 매년 올리지요.” 사실 한 달 정도면 끝나는 일손에 몇 백만 원이면 적지 않은 돈이다. 그것도 거의 혼자서 하는 일이다. 이렇게 김씨는 빈 막걸리 병을 이용해 여가삼아 취미삼아 경쟁력 있는 두릅나무 순 조기재배의 기술을 현장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건강에도 좋은 두릅차
김씨는 두릅순도 좋아하지만 가을이면 종자를 받아 두릅차나 혹은 두릅주를 만들어 계속 복용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머리는 백발이 되었지만 건강한 외모와 탄력 있는 피부, 그리고 산에 오르는 가벼운 몸동작은 40대의 나보다 더 가벼워 보였다. 요즘도 매일 사모님과 함께 1시간 정도 등산을 한다는 김씨는 건강한 이유가 두릅순 덕분이라고 말한다. “두릅재배만큼 쉬운 것이 없어요. 돈을 번다고 욕심을 부리면 안 됩니다. 무공해 식품을 먹는다는 기쁨으로 하면 되지요. 그리고 두릅나무는 일 년에 두세 번 잡초제거를 해 주면 그냥 잘 자랍니다.” 그의 두릅나무 재배에 대한 지론이다. 이젠 아들딸 모두 출가시키고 노부부가 욕심 없이 건강히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빈 막걸리 병을 수천 개나 제공해 준 의왕시의 친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는, 장성하여 곁을 떠난 자손들에게 그저 건강하고 하는 사업이 잘되길 바란다는 노부부에게 부디 건강하시라고 인사를 드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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