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장클럽
春三月
온갖 꽃들이 피는 봄의 한 가운데 날이다.
산에는 진달래와 연달래가 피고
담장위에 모란꽃이 탐스럽게 피었고
과수원에는 사과꽃들이 하얗게 눈이 내린 듯 피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봄에 삼짓날을 친구의 날로 정하고
친구 3명과 꽃피는 들녘에 앉아
소주 3병을 마시고 싶다는 것이 어뱅이의 소원이었다.
삼짓날이 열흘이나 지난
4월29일
어뱅이 마음을 헤아렸는지
죽장이 고향인 후배가
놀러 오라는 전화가 왔다.
지금 산에 산나물이 가득하니
삼겹살을 구워서 소주를 마시자고 한다.
부모님들이 살던 집을
부모님들이 돌아가시고 빈집이 되자
그냥 대충 수리를 하여
주말이면 한번씩 들려서 쉬었다가는
초라한 별장같은 집이지만,
죽장이 워낙 산골이고
공해가 없는 곳이라
몇번이나 친구들이 모여서
마을 앞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끓여놓고
밤세워 소주를 마시곤 하였던 곳이다.
옛추억이 그리웠을까?
대구, 울산, 포항, 안동에서 가족을 데리고
친구들이 모여 들었다.
집주인 후배는 미리 전날 산에 올라가
두룹이며 산나물을 뜯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점심시간이 되지 않았으니 산나물을 뜯는다며 배낭속에 물 한병씩 넣고는 산을 올랐다.
이미 두룹은 누군가 모두 따 갔고, 간혹 후미진 곳에 한 두 그루가 남은것은 모두 피어서 먹을 수가 없다.
며칠째 비가 오지 않아 산나물들이 잘 자라지 못했지만,
고사리나 취나물, 다래순 등 보이는데로 꺽어서 배낭속에 넣었다.
자연산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고 쉬는 날이 많아지면서 등산 겸 산나물을 채취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이 깊은 산골에도 사람들이 발길이 잦아 산길이 생겼고 멧돼지의 발자국과 사람의 발자국이 함께 있었다.
올들어 가장 더운날이라 이마와 등에는 땀이 흘러 내렸다.
뜨거운 봄볕 속으로 비탈진 산길을 3~4시간 헤메다 보니 다리가 후들 거렸지만, 오랜만에 산을 타니 기분이 좋았다.
이름모를 들꽃과 산등선을 타고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한모금의 물을 마시고 먼산을 바라보니
녹색으로 짙어가는 봄산이 너무나 좋다. 군데군데 철죽이 피었고 산자락에 붓꽃과 조팝나무꽃들이 곱게 피었다.
다래순이 우거진 계곡에는 맑은물이 흐르고 작은 웅덩이에는 올챙이들이 헤엄을 치고 있었다.
흐르는 계곡물에 세수를 하고 발을 씻었다.
몇 줌의 산나물을 뜯어서 후배의 배낭에 넣어주고 가슴 가득히 봄을 안고 돌아왔다.
산에서 내려와 보니
마당에 커다란 가마솥 뚜껑이 걸리고
지글지글 삼겹살이 익어가고 있었다.
산을 갔다 온 갈증을 풀려고
소주, 맥주, 사이다를 함께 넣어 만든
어뱅이의 특주 뱅이주를
한잔 마시니 목이 시원하고 얼굴이 붉어졌다.
오랜만에 만나니 더 반갑다.
불러주는 후배가 있어 좋고
달려오는 친구가 있어 좋다.
불어 오는 봄바람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
뒷뜰에 곱게 핀 딸기꽃
그리고, 함박꽃
돌담 옆에 새순을 뻗는 더덕
파란잎을 손바닥 처럼
내밀고 있는 엄나무.
뚜껑위에는 익어가는 삼겹살
손에는 술잔을 들었고
친구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잔을 기우리니
왕후장상이 부럽지 않고
이태백이 보다 더 줄겁다.
텃밭에서 자란 미나리로 전을 붙이고
산에서 따온 두룹을 삶아 초장에 찍어 먹으니
입안에 봄향기가 가득하다.
맛이 너무 좋으니 체면이 있을 수 없다!!! (^!^)
꼬마들은 벌써 물놀이를 한다고 법석이다.
오랜만에 술을 많이 마셨다.
올해는 3잔이상 마시지 않았는데
술은 언제나 마시는 소주지만
산나물 안주가 좋았던지
술잔을 권하는 친구가 좋았던지
나도 모르게 술을 많이 마시고
술이 얼큰하게 취해서
방안에 들어가 한숨 자고 일어났다.
아직 배가 불러
더 먹을수도 없지만
시골에서 잡은 물고기로 끓인
매운탕 맛이 너무 좋아서
다시 또 한사발을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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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에 저녁해가
산마루에 걸릴 때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안동으로 돌아왔다.
좋은 사람도
자주 만나야 정이 난다.
그래서, 1년에 두번 쯤
봄 가을로 만났으면 좋겠다.
우리의 모임을
죽장 크럽
이라고 부르고 싶다.
♡ 초청해준 후배와 준비하느라 수고한 후배,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
♡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주신 제수씨 두 분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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