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선유동’안고 사계절 내내 빼어난 자태 품은 名山
용추계곡 따라 시원함 맛볼 수 있는「여름산행지」큰 각광
대야산 정상은 비로봉(毘盧峯), 기우제 지내면 감응 있는 산
대야산은 백두대간상에 자리잡고 있으면서 대간능선이 꿈틀이고 지나며 아름다운 보석들을 흩뿌려 놓은 문경의 산들 중에서도 그 명성을 높이 사고 있는 명산이다. 경북 문경시(聞慶市) 가은읍(加恩邑) 완장리(完章里)에 속한 대야산은 대간 마루금을 경계로 충북 괴산군(槐山郡) 청천면(靑川面) 삼송리(三松里)와 접하고 있다. 내·외선유동을 거느리고 있는 대야산은 2002년 세계 산의 해를 맞아 문경의 주흘산, 황장산, 희양산과 함께 산림청에서 선정한 한국 100대 명산에 올라서 있다. 예로부터 명산으로 받들어 온 대야산은 여러 기록들에 ‘大耶山’으로 적고 있으며, 특히 철종조의 대동지지[(大東地志(1861년 이후 추정)]에는「大耶山 曦陽山南支上峯曰毘盧爲仙遊洞主山西距淸州華陽洞三十里(희양산남지상봉왈비로위선유동주산서거청주화양동삼십리 : 대야산은 희양산의 남쪽 갈래로 제일 높은 봉우리가 비로봉이고 선유동의 주산이다. 서쪽의 청주 화양동이 30리다)라고 기록하고 있어 대야산 정상을 ‘비로봉(毘盧峯)’으로 부르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대야산 비경은 사철 변화무쌍한 새 장면 연출
대야산의 비경은 어느 한 계절에 국한하지 않고 사시사철 변화무쌍한 자태로 시시각각 새 장면을 연출해 내고 있다. 또 이 산은 보는 방향에 따라서 색다른 멋을 풍미하는 명산으로 완장리 벌바위 쪽에서 바라보면 높다랗고 듬듬하게 그 형체를 드러내고 비스듬히 팔베개라도 베고 세상을 관조하고 있는 모습같기도 하며, 조항산이나 통시바위 쪽에서 보면 갖가지 암봉과 기암괴석을 푸른 솔 사이로 촘촘히 박아낸 여유로운 암산의 그윽함을 자아내고 있다. 버리미기재를 넘어서며 내림길에서는 벌바위 쪽에서의 수수함을 떨쳐 버리고 우뚝한 암봉에 촛대봉 잘록이로 급격히 깎아지른 기울기가 위태로울 정도로 숨가쁘다. 대야산은 큰아버지 뻘의 산이다. 산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대야(大耶)는 대야(大爺)와 같다. 산의 모습이나 무엇을 견주어도 흠잡을 만한 곳이 없는 주변의 산들을 압도하고 만산(萬山)을 아우르고 보듬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크게 화려하지는 않지만 속으로 성숙미를 감추고 있는 정감 넘치는 산이 바로 대야산이라 할 수 있다.
백두대간 명산 반열 올라 속리산 톱날능선 두르고
백두대간 명산 반열에 당당히 올라서 있는 대야산은 남으로는 조항산, 청화산을 가까이에 두고 있으며 속리산 톱날능선을 병풍으로 두르고 있다. 위쪽으로는 장성봉, 구왕봉, 희양산, 이만봉, 백화산 등 이름있는 산들과 강강술래를 하며 손을 맞잡고 등실등실 춤이라도 한 판 벌이고 있는 것 같다. 곁으로는 촛대봉을 세워 높이의 여운과 조화를 이루고 곰넘이봉 부드러운 곡선미도 덤으로 보여주고 있다. 대간 마루금 동쪽의 다래골, 피아골, 용추골로 작을 골을 빠져나온 계곡물은 양산천으로 흘러들고 다시 농암쪽에서 흘러 내려온 영강에 들어서게 된다. 마성면에서 지나온 901번 2차선 지방도가 농암쪽으로 지나고 있는데 가은읍에서 한 갈래 뻗은 922번 2차선 지방도가 선유동, 용추계곡과 대야산 우측 옆을 지나 버리미기재를 넘어 쌍곡계곡으로 향하고 있다. 대야산의 진면목을 보려거든 가까이 파고들어야 그 참 멋을 느낄 수가 있다. 장구한 세월을 견디어 오면서 오직 자연의 오묘한 힘에 다듬어진 용추, 용추계곡 흐드러진 암반 위로 골골이 사철 맑은 물을 쏟아내며 깊은 계곡미를 꼭꼭 숨겨두고 있다.
뽀얀 바위들이 우아한 자태 자랑하는 능선 오르면
계곡을 벗어나 밀재로 이어지는 조릿대숲을 아삭이며 산중진미를 더하고 대야산 능선으로 발길을 올리면 뽀얀 바위들이 우아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계곡미, 암릉미가 어우러진 자연의 대연회장이다. 산정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어느 방향으로 몸을 틀어도 막힘이 없다. 특히 아름다움을 더한 백두대간의 자락들을 관망하는 장소로 추호의 손색이 없다. 장엄한 기세로 멀찌감치 병풍을 쳐둔 속리산, 고개를 쳐든 청화산에서 달려오며 조항산을 솟게하고, 장성봉을 휘돌아 구왕봉, 희양산 암산(岩山)을 솟구치고 꿈틀대는 백두대간의 용틀임 힘찬 기세에 구겨진 마음들을 한꺼번에 다 펴고도 남음이 있다. 대야산을 즐기는 코스는 여러 갈래가 있다. 또한 주변의 산봉과 연계한 산행의 묘미를 탐닉하는 방법도 여럿이다. 대야산 산행은 차량을 한 곳에 세워두고 여러 갈래로 난 코스를 이용하고 다시 원점으로 회귀할 수 있는 산행지이기 때문에 번거러움을 줄일 수 있어서 좋다. 문경의 많고 많은 산들 중에서 그래도 대야산은 연중 등산인들이 자주 찾는 산 중의 하나다. 무더운 여름철에도 대야산은 용추계곡을 품고 있어 계곡산행지로서 인기다.
신선이 노닐던 선유동(仙遊洞)에는
대간 마루금에 붙으면 시원한 살랑바람에 아기자기한 바위들이 가슴 설레게 한다. 대야산 산행 재미를 잊지 못해 일년에도 몇 번씩 자주 다가서는 산객(山客)들을 보면 옛 얘기처럼 이 산이 들려주는 아련한 그 어떤 매력과 마력이 숨어 있는 것이 아닐까. 선유동(仙遊洞)이라면 충북 괴산군의 선유동을 누구든지 생각을 하게 되나, 문경시에도 선유동이 있음을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다. 고산자(古山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내선유동(內仙遊洞)이라고 대야산 밑에 기록돼 있음을 볼 수 있다. 이것은 백두대간(白頭大幹)이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지리산까지 달리는 도중 대야산에 이르러 양쪽에 괴산의 선유동과 문경의 선유동을 만들어 놓아 수많은 시인묵객과 자연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문경시 가은읍 완장리에 선유동이 있고 이곳에는 주위 경관과 어우러진 정자가 있는데 이름이 학천정(鶴泉亭)이다. 이는 조선조 숙종 때 학자인 이재(李縡)를 기리기 위하여 1906년에 세운 정자다. 선유동계곡은 대야산 용추와는 약 2㎞의 가까운 거리며 대야산 다래골, 피아골에서 모인 물이 용추계곡을 이루고 다시 이 물이 내려오면서 선유동계곡을 굽이쳐 흐른다.
군자의 덕행은 산고수장(山高水長)같고
학천정 앞 큰 바위에 ‘선유동(仙遊洞)’이라 희미하게 새겨진 글을 읽으며 계곡을 따라 선유구곡(仙遊九曲)을 찾아보면 옥석대(玉舃臺), 난생뢰(鸞笙瀨), 영귀암(詠歸巖),탁청대(濯淸臺), 관란담(觀瀾潭), 세심대(洗心臺), 활청담(活淸潭), 영사석(靈槎石), 옥하대(玉霞臺) 아홉구비가 감돌아 나간다. 자연과 더불어 풍류를 즐기던 선인들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학천정이 있는 옥석대와는 달리 아래로 내려가면서 구곡을 따르노라면 조용한 곳에 골골이 명소들이 박혀있다.학천정 뒤 수직 바위면에 큰 글씨로 음각된 ‘산고수장(山高水長)’이라는 글씨가 있는데 이는 군자의 덕행(德行)이 산처럼 높고 물처럼 굽이침을 이르는 말이라고 하며, 중국 북송 때 범중엄(范仲淹)의 엄선생 사당기(祠堂記) 중에 나오는 말이다. 雲山蒼蒼(운운창창) 江水渶渶(강수영영) 先生之風(선생지풍) 山高水長(산고수장) / ‘산은 언제나 푸르고, 물은 풍부하게 흐르듯 선생의 풍도는 산고수장 하시다’라는 뜻으로 덕이 높은 사람을 예찬하는 말이라고 한다. 이 산고수장이란 말의 대구(對句)로 연비어약(鳶飛魚躍)이란 말이 있는데 이는 모두 자연의 고마움 속에서 깊이 감사하고 동화되고 있는 말임을 알 수 있다. ‘산고수장(山高水長)’이란 글씨를 뒤로하고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면 용추에 이르게 되는데 계곡을 답사할 목적이 아니라면 학천정에서 큰 길로 나와 용추까지 넓은 길을 걸어서 올라갈 수 있다.
용 추(龍湫)
문정공(文正公) 이 재(李縡)
문장공(文莊公) 정경세(鄭經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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